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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판스프링 사고 잇따라
운행도중 빠지면 흉기 ‘돌변’
정부, 지자체·경찰에 단속강화 요청
화물차 운전자들 “일방적 단속에 생존권 위협”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김성원 인턴기자] ‘도로 위의 살인자’로 불리는 화물차 판스프링(완충장치) 사고가 잇따르면서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판스프링은 충격 완화를 위해 차량 하부에 부착하는 부품이다. 얇고 긴 철판 형태의 쇳덩어리로 완성차에 부착돼 나오거나 필요에 따라 별도로 설치하기도 한다.파워사다리

그런데 최근에는 충격 완화 목적이 아니라, 화물차의 적재함 가장자리에 세로로 부착해 화물을 고정하는 용도로 쓰는 경우도 흔하다. 적재된 화물을 지지해 주고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용도로 판스프링을 부착하려면 ‘고정형’으로 해야 교통안전공단의 튜닝 승인이 가능하다. 반면 고정형은 화물을 내리거나 실을 때 번거롭기 때문에 상당수 차주들이 판스프링을 탈부착식으로 만들어 부착하는 것이다. 화물차주 사이에선 이런 불법 판스프링 튜닝이 관행처럼 이뤄져왔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탈부착식 판스프링이 운행 도중 빠지면서 도로에 떨어져 있을 때다. 다른 차량이 이를 발견하지 못한 채 밟고 지나가면 판스프링이 튕겨 날아갈 위험이 높다. 튕긴 판스프링은 또 다른 차량에 흉기가 될 수 있다. 어떤 화물차에서 언제 빠졌는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아 사고가 발생해도 운전자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최근 이 같은 판스프링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8일 경기 평택시에선 판스프링이 국도를 지나던 차량 앞 유리를 뚫고 들어오는 사고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지난 8월에도 경부고속도로에서 판스프링이 앞 유리로 날아들어 운전자가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이 차량은 전면 유리가 세로로 길게 찢겼다. 2018년 1월 중부고속도로에서도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 갑자기 날아온 판스프링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처럼 각종 사고 사례가 알려지면서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노심초사하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판스프링 사진./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판스프링 사진./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거된 판스프링 등 차량 낙하물은 모두 126만 6480건이다. 이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217건으로 이 가운데 판스프링이 원인으로 밝혀진 사고는 5건이다.파워볼게임

상황이 이렇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경찰과 지자체에 단속 강화를 요청하고 자동차 검사소 등 유관기관에도 불법 튜닝 근절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청은 이달부터 다음달 31일까지 각 지방청 교통범죄수사팀 주관으로 불법 개조 행위를 집중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화물차 운전기사들 사이에선 정부가 일방적으로 단속만 강화하면서 화물노동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실적 방안이나 대책 마련 논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단속부터 강화하면서 화물 종사자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관계자는 “단속 취지와 의도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현장과 충분한 소통 없이 단속만 강화하는 바람에 많은 화물차 기사들이 일을 못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6개월 정도는 유예기간을 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김성원 인턴기자 melody12147@asiae.co.kr

경북경찰, 전국 최초로 모듈 제작·유통한 52명 검거
모듈 장착후 운전대 잡지않고 운전하는 경우 많아
“조향장치 등 무력화, 교통사고 위험 매우 높아져”
1개당 15만원에 판매, 6억원어치 시중에 유통

LKAS(HDA) 유지모듈
LKAS(HDA) 유지모듈

[안동=뉴시스] 박준 기자 = 신종 불법 자율주행 유지모듈(일명 LKAS(HDA) 유지모듈)을 제작 및 유통한 업자 등 52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FX시티

LKAS(HDA) 유지모듈은 자율 주행차의 안전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장치이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전국 최초로 차량에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은 불법 튜닝장치인 LKAS(HDA) 유지모듈을 제작 및 유통, 장착한 혐의(자동차관리법위반)로 A씨 등 5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차량에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은 불법 LKAS(HDA) 유지모듈을 장착 후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사용하면서 장시간 운전대를 잡지 않고 운전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mart Cruise Control)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전방의 차량을 인식해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고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주행하도록 도와주는 기능이다.

현재 국내에서 상용화된 자율주행차는 1~2단계(주행조향 보조·고속도로 주행 보조) 수준으로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차량도 항상 운전대를 잡고 운전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최근 불법 LKAS(HDA) 유지모듈을 장착 후 운전대를 잡지 않고 운전하는 운전자가 늘어나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수사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인터넷에서 불법 LKAS(HDA) 유지모듈이 대구의 한 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업체 소재지 파악 및 영업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이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유지모듈 및 판매내역 등의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유통업자인 B씨 조사를 통해 대전의 한 업체 대표인 A씨를 제작자로 특정 후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유지모듈 및 회로도, 기판, 판매내역 등의 증거자료를 찾았다.

LKAS(HDA) 유지모듈 장착
LKAS(HDA) 유지모듈 장착

또 압수수색을 통해 파악한 불법 LKAS(HDA) 유지모듈은 총 4031개(시가 6억원 상당)였으며 1개당 15만원에 판매됐다.

경찰은 압수자료 분석 및 A·B씨의 조사를 토대로 제품이 온라인몰을 통해 전국에 있는 차량부품 장착업체로 유통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장착한 전국 49개 자동차정비업체를 압수수색해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조사했다.

그 결과 첨단 운전자지원 기능인 LKAS(HDA)는 법규상 조향장치로, 장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설계된 제어장치를 훼손한 LKAS(HDA) 유지모듈은 불법 튜닝장치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LKAS(HDA) 유지모듈이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장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경찰은 LKAS(HDA) 유지모듈 장착 차량 운전자에 대해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해 원상복구 명령 후 불이행시 형사입건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튜닝 등 주요 교통안전 위협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단속 및 수사할 방침이다.

경북경찰청 권홍만 교통조사계장은 “현재 LKAS(HDA) 유지모듈을 장착해 사용 중인 운전자는 자발적으로 신속하게 제거하고 신규 장착하려는 운전자도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LKAS(HDA) 유지모듈과 같은 전자장치가 아니더라도 최근 물병, 헬스 무게추, 중량밴드 등을 운전대에 단 후 운전대를 잡지 않고 운행하는 운전자가 늘어나고 있어 교통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조향장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물품도 사용하지 말고 자율주행 기능은 단지 운전자의 편의를 위한 보조수단으로만 사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e@newsis.com

최태원 SK 회장 주도..지난 9월 모임 이후 두달 만에
부친상 이재용 부회장 위로..정의선 회장 취임 축하 등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4대 그룹 총수들이 최근 만나 저녁을 함께 하고 재계 현안을 논의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은 4명이 지난 5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4대 그룹 회장의 이날 회동은 지난 9월 이후 2개월 만이다.

이날 만찬은 오후 7시 전부터 시작돼 밤 11시를 넘긴 시간까지 이어졌다. 이번 모임은 최태원 회장이 주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건희 회장의 빈소에 조문을 왔던 이들 총수들이 다시 만나 고인을 추모하고, 상주였던 이재용 부회장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달 회장에 취임한 정 회장에 대한 축하와 덕담도 오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태원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직 수락 여부와 경제단체의 역할 등도 화두에 올랐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인문가치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가 기업과 기업인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 수락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또 지난 3일 치러진 미국 대선 직후 마련된 자리였던터라, 미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선거 결과가 향후 국외내 경제에 미칠 영향 등 산업계 현안에 대해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의 비공개 회동은 지난해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당시 이 부회장이 주선한 승지원 회동을 시작으로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이른바 ‘배터리회동’에 이어 4대 그룹 총수들의 최근 잇따른 회동으로 4대 그룹간 협력분위기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4대 그룹 총수들이 지난 9월에도 회동하는 등 그간 한두 달에 한 번꼴로 비공식 모임을 가져왔기 때문에 향후에도 모임을 정례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그룹 간 사업협력이나 위기대응 공동모색 등의 방안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mkim@newsis.com

[경향신문]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미지. 최초의 ‘흑인·여성 부통령’이 될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뒤로 민권운동의 상징인 흑인 소녀 루비 브리지스의 그림자를 합성했다. | www.instagram.com/briagoeller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미지. 최초의 ‘흑인·여성 부통령’이 될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뒤로 민권운동의 상징인 흑인 소녀 루비 브리지스의 그림자를 합성했다. | www.instagram.com/briagoeller


한 여성이 걷고 있다. 흰 벽에 그림자가 비쳐진다. 그림자의 실루엣은 짧은 머리를 뒤로 묶은 어린 소녀다.

정장을 입고 성큼성큼 걷고 있는 여성은 카멀라 해리스.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와 부통령에 당선된 해리스다. 그림자 소녀는 루비 넬 브리지스 홀, ‘루비 브리지스’라는 이름으로 미국 흑인 민권운동사에 새겨져 있는 여성이다.

루비는 민권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에 살던 여섯 살 흑인 소녀였다. 그 해 11월 윌리엄프란츠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흑백 ‘통합 교육’이 시작됐다. 루비는 백인들만 다니던 학교에 맨 처음 등교한 흑인 학생이었다.

루비 브리지스가 1960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의 윌리엄프란츠 초등학교를 나오고 있다. 인종주의자들의 공격을 우려해 보안요원들이 호위를 하고 있다. | 위키피디아
루비 브리지스가 1960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의 윌리엄프란츠 초등학교를 나오고 있다. 인종주의자들의 공격을 우려해 보안요원들이 호위를 하고 있다. | 위키피디아


그러나 등교길은 순탄치 않았다. 백인들의 저항은 거셌다. 인종차별에 반대해온 부모는 다섯 자녀 중 맏딸인 루비를 그 학교에 보내기 위해 미국 최대 흑인단체였던 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의 지원 속에 투쟁을 벌여야 했다. ‘루비의 등교’는 로자 파크스의 ‘버스 하차 거부’와 함께 민권운동의 상징적인 사건이 됐고, 민권운동 단체와 교육당국의 소송까지 거친 끝에야 이뤄질 수 있었다. 학교에 간 뒤에도 백인들이 공격할 위험을 피해 보안관이 그의 등하굣길을 지켜줘야 했을 정도였다. 루비는 자란 뒤에 흑인 권익 투쟁에 적극 참여했으며 1999년에 ‘루비 브리지스 재단’을 만들어 ‘관용과 존중과 서로 다름의 가치’를 옹호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루비 브리지스가 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학교에 가는 모습을 그린 노먼 록웰의 작품. | www.childrensdefense.org
루비 브리지스가 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학교에 가는 모습을 그린 노먼 록웰의 작품. | www.childrensdefense.org


루비의 이야기는 노래와 TV 시리즈, 다큐멘터리와 책으로 만들어졌다. 가장 유명한 것은 화가 노먼 록웰이 그린 그림이다. 어린 루비가 책을 들고 보안요원들에 둘러싸여 학교에 가는 모습을 담은 이 작품에 록웰은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문제(The Problem We All Live With)>라는 제목을 붙였다.

2010년 루비는 윌리엄프란츠 초등학교 인종 통합교육 5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듬해에는 백악관을 방문,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을 만나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 전시된 록웰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2011년 8월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노먼 록웰의 작품을 함께 관람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루비 브리지스와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 버락오바마대통령박물관
2011년 8월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노먼 록웰의 작품을 함께 관람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루비 브리지스와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 버락오바마대통령박물관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는 루비가 첫 등교를 하고 4년이 지나서야 태어났다. 교수 아버지와 생물학자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다. ‘남부 흑인 가정’에 태어난 루비와는 형편이 달랐지만 흑인과 인도계 부모에게서 나고 자란 해리스 역시 ‘마이너리티’였다. 인종·젠더 차별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여온 해리스는 지난 3월 앨라배마주에서 루비를 만나 포옹하는 모습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루비 브리지스와 포옹하는 카멀라 해리스. | 카멀라 해리스 트위터
루비 브리지스와 포옹하는 카멀라 해리스. | 카멀라 해리스 트위터


미국 역사상 첫 ‘흑인·여성 부통령’ 탄생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서는 해리스의 모습에 루비의 그림자를 합성한 이미지가 퍼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화가·디자이너 브리아 골러가 만든 작품이다. 골러는 8일 인스타그램에 이 이미지를 올리면서 “이 나라가 열정과 평등에 헌신해온 사람들을 택했다, 경이로운 아침이다”라고 적었다.

구정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日에 강온양면 구사한 바이든과 과거 오바마 정권 인맥들 
과거 아베 총리 야스쿠니 참배시 “실망했다” 성명 주도
정상국가 꿈꾸는 日에 집단적 자위권 용인
그러나 역사 수정주의에는 민감 
한미일 공조 중시..한일관계 개선 압박 예상 
스가, 캐롤라인 케네디와의 관계에 기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뉴시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대’ 개막을 앞두고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과거 오바마 외교의 핵심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물론이고, ‘예비내각’ 명단에 거론되는 인물들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사 문제 등 일본의 외교의 약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이른바 ‘재팬 핸들러(지일파)’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과거 오바마 정권 8년간 관계를 맺어온 ‘오바마·바이든 인맥’들과의 다시 한 번 치열한 전략싸움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바이든, 日에 강온양면 구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자신 역시도 오바마 정권(2009년 1월~2017년 11월)당시 부통령이었던 ‘강온양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바이든의 당선인의 성격을 실감한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2013년 12월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자제해 달라”는 미국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참배를 강행하자 “실망했다”는 미국 정부의 성명을 주도한 바 있다. 그 후 상당기간 미국은 일본에 상당 기간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스가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축적돼 온 (미·일) 관계가 있다. 참배 취지를 끈질기게 설명하면 (미국도) 이해할 것”이라고 했지만,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으로 스가 정권 초대 방위상을 맡고 있는 기시 노부오 당시 외무성 차관 등은 미국에서 훈계만 받고 왔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 2015년의 일이지만, 미·일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군사 동맹의 파트너로서 일본의 역할확대라는 측면에서 밀착돼 갔지만, 이와 별개로 미국은 한·미·일 공조에 저해가 되는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까지는 용인하지 않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한·일 사이 중재역이었을 뿐, 한국이 기대하는 확실한 편들기는 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 징용 문제로 인해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 양국에 대해 관계 개선의 압박을 넣을 가능성은 높다.다시 부상하는 오바마 인맥들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차관과 더불어 국무장관 후보로 주목되는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국방장관 후보 1순위라는 미셸 플러노이 등도 대표적 ‘재팬 핸들러’들이다. 특히, 라이스 전 보좌관은 ‘일본을 잘 아는 친중파’라는 평가가 강하다. 그는 2013년 11월 ‘아시아의 미래’라는 정책 연설에서 “중국이 제안한 대국관계라는 새로운 모델을 원활하게 운용하기 위해 모색 중이다”고 말해 일본 정부를 경악시킨 바 있다. 또 블링큰 전 차관은 “일각에서 제안하고 있는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은 비현실적이며, 결과적으로 비생산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가뜩이나 중국의 해양 진출에 미국 민주당 정권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스가 내각에 깔려있는 상황에, 재팬 핸들러들의 등장은 일본으로서는 불안하다. “일본이 약점 잡힌 채 끌려다닐 것”이라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일본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캐롤라인 케네디 전 주일 미국대사. AP뉴시스
캐롤라인 케네디 전 주일 미국대사. AP뉴시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케네디 전 주일 미국대사는 이런 스가 내각의 우군이다. 케네디 전 대사는 바이든 당선인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 당시 케네디 대사와 곧 잘 어울렸다고 한다. 정상 간의 ‘톱 다운식’ 결정을 중시한 트럼프 정부와 달리, 바이든 정권에서는 외교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외교 인사들과의 채널 확보 역시 복원해야 할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자민당 내에서는 바이든 당선인과 ‘조기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인 시모무라 하쿠분 자민당 정조회장(정책위의장)은 NHK에 바이든 정권의 온실가스 감축 압박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상끼리의 인간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스가 총리도 빨리 바이든 당선인과 회담해 관계강화를 확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베·트럼프’ 때처럼 조기 정상 회담 개최를 바라고 있으나, 일본 뜻대로 바이든 측이 응해줄 지는 미지수다. 현직 대통령을 제치고, 당선인이 외국 정상과 정상회담을 한 ‘아베·트럼프 트럼프타워 회동’ 자체가 외교의 세계에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외무성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스가 총리가 바이든 당선인에게 직접 전화로 축하 인사를 전하는 것에 대해서도 “바이든 당선인이 그걸 원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속도를 내고 싶어도, 현재로서는 스가 총리의 방미는 내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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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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