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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오돌토돌 일어난 작은 돌기들
한관종, 비립종, 피부샘증식증, 편평사마귀
비슷해 보여도 원인, 특징 달라

“어, 이게 뭐지?”
깨끗하던 얼굴에 작은 돌기들이 오돌토돌 일어나 고민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좁쌀 같은 알갱이가 눈가나 볼 주변에 생기면 거울을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이고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아 골치다.파워볼실시간

피지덩어리 혹은 초기 여드름으로 생각해 짜려고 해도 없어지지 않고 어떤 것은 얼굴에 있던 것이 목이나 가슴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작은 좁쌀처럼 돋아나는 것은 한관종, 비립종, 편평사마귀, 피지샘증식증이 대표적인데 모양이 비슷해 일반적으로 구별이 쉽지 않다.

# 한관종/주로 눈가에 생겨…짜거나 바늘로 터뜨려선 안돼
주로 눈 주위에 오돌토돌 좁쌀 같은 것이 보이면 한관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한관종은 땀이 나오는 통로(땀샘)에 생긴 일종의 양성 종양이다. 살색을 띠는 1㎜ 미만의 작은 돌기로 30·40대 여성들의 눈가에 많으며 뺨이나 이마에도 생긴다.

한관종
한관종

마치 개구리알처럼 알갱이가 들어있는 것 같이 몇몇에서 수십 개까지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작은 돌기 속에 물이 차서 피로 등 몸 상태나 계절에 따라 커졌다가 작아졌다를 반복한다.
한관종은 진피층 땀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뿌리가 깊으며 한번 생기면 저절로 없어지지 않아 치료가 까다롭다. 손으로 함부로 짜거나 바늘로 터뜨리는 시도는 흉터를 남길수 있어 삼가야 한다.

#비립종/좁쌀 여드름과 비슷…생길 때마다 치료해야
비립종은 지름 1~2㎜로 둥글며 눈 아래에서 잘 발생한다. 한관종이 살색에 가깝다면 비립종은 흰색 알갱이가 들어있는 모양이어서 ‘좁쌀종’으로도 불린다.
피지 또는 각질 덩어리가 피부 속에 쌓여 나타나는 것으로 보통 좁쌀 여드름(면포)과 모양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다. 얼굴, 특히 볼과 눈꺼풀에 오돌토돌하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비립종
비립종

건드리면 ‘톡’ 나올 것 같지만 짜서 나오지 않고 구멍을 열어야 튀어나온다. 신생아의 50% 정도에서도 발견되지만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성인은 치료하지 않으면 없어지지 않는 낭종(주머니 모양 종양)이어서 생길 때마다 치료해주는 것이 좋다.

#피지샘증식증/노화로 발생…노란색 배꼽 모양 기름 덩어리
피지샘증식증은 주로 40대 이후 중노년층의 이마에 많다. 진피층의 피지선이 노화에 의해 커지고 과도하게 증식해 2∼6㎜ 정도 크기로 모공 주위가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증상이다. 속은 기름 덩어리로 채워져 있으며 심한 지성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 많다.

피지샘증식증
피지샘증식증

특징적으로 노란색을 띠며 중심부가 배꼽 모양의 분화구처럼 푹 들어가 있다. 이마 뺨에 많으며 불규칙하게 흩어진 형태로 나타난다.
강남 아름다운나라피부과 김형섭 원장은 7일 “중년에 갑자기 나는 여드름이라고 생각해 일반인들이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피부과에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점차 얼굴 전체를 덮을 정도로 많이 심해진 뒤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편평사마귀/HPV바이러스가 원인…가족에 전염될 수 있어
편평사마귀는 둥글게 나타나는 다른 돌기들과 달리 표면이 칼로 자른 듯이 납작(편평)하다.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3, 10, 28, 49형) 감염이 원인이어서 접촉으로 옮거나 다른 신체 부위로 퍼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편평사마귀
편평사마귀

직경은 2~4㎜ 크기로 얼굴에 주로 생기지만 등이나 목, 가슴 등 몸 곳곳에 산재돼 번지는 경향이 강하다. 오래 방치하면 갈색으로 변해 검버섯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20·30대 여성에게도 많다. 어린이, 성인 모두에 나타난다.

초기에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진단 후 치료해야 한다. 가족 간 전염될 수 있어 수건이나 세안 도구를 구별해 써야 한다.
이주희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환자 대부분이 처음엔 여드름인줄 알고 짜다가 얼굴의 다른 부분이나 손, 발 등으로 크게 퍼진 다음에야 병원에 찾아온다”면서 “점이나 기미인 줄 알고 평생 갖고 사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좁쌀 모양 피부 돌기 질환들은 미용적인 고민과 문제를 야기하므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어떻게 매끈하게 치료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김형섭 원장은 “눈가나 얼굴에 오돌토돌 좁쌀 모양이 생기면 자꾸 손이 가게 되는데, 함부로 짜거나 뜯어 상처를 내면 2차 감염이나 색소 침착, 흉터를 남길 수 있어 삼가야 한다”면서 “증상마다 깊이가 다르고 겉과 속은 포도넝쿨처럼 얽힌 경우도 있어 후유증을 최소화하며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 기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진피층부터 발생하는 한관종은 깊이가 깊어 레이저 치료를 여러차례 할수 있고 심한 경우 부분적으로 화학적 박피술이 필요할 수 있다. 비립종은 피부 얕은 곳에 위치하는 각화낭종으로 치료시 마취를 하지 않아도 되며 회복기간이 따로 필요없다. 피지샘증식증은 피부 진피층에 위치해 이를 완전히 제거하면 흉터가 생길 수 있다. 크기를 줄이는 정도로 치료하며 재발시 반복 치료가 필요하다. 편평사마귀는 레이저, 냉동치료, 면역요법 등을 사용해 치료한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이상준 원장은 “회복 기간이 3~7일 사이로 짧은 편이지만 바이러스 감염이므로 치료 후 재발할 수 있다. 바이러스질환의 특성상 치료가 빠를수록 효과적이고 치료범위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한국계 美하원의원 차별적 발언 내보내 주영진 앵커 “트럼프 시대 끝나가는 지금의 시대정신과도 맞지 않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미국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된 한국계 인사들에 대해 “100% 한국사람, 순종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발언을 내보낸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이 6일 사과했다.

주영진 앵커는 이날 방송 말미에 “어제 김창준 전 미 연방하원의원을 전화로 연결해 메릴린 스트릭랜드라는 한국계 연방하원 의원 탄생에 질문을 했는데 (김 전 의원이) 피부색과 관련해적절치 못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주 앵커는 “저희가 원래 다시보기를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게 하는데 (관련 영상이) 오늘 오전까지 계속 게재돼있던 거 같다”며 “제가 미처 걸러내지 못하고 계속 부적절한 표현을 보시도록 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김창준 전 의원의 발언은 피부색을 갖고 차별해선 안 된다는, 차별과 혐오로 정치적이해관계를 관철시켜 온 트럼프 시대가 끝나가는 지금의 시대정신과도 맞지 않았다는 점, 여러분께 불편한 마음을 끼쳐드려서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주영진 앵커가 전날 있었던 인터뷰에서의 인종 차별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SBS 유튜브 갈무리.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주영진 앵커가 전날 있었던 인터뷰에서의 인종 차별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SBS 유튜브 갈무리.

하루 전인 5일 해당 방송에서는 한국계 미국 연방하원의원 당선과 관련해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워싱턴주 연방하원 제10선거구에서 메릴린 스트릭랜드 민주당 후보가 사상 첫 한국계 여성 하원의원으로 당선되고, 뉴저지주 제3선거구에서는 앤디 김 민주당 후보가 재선에 성공한 것과 관련해서다.파워볼사이트

김창준 전 의원은 “(당선소식이) 기분이야 좋지만 한국계라는 게 섭섭하다”면서 “한국계와 한국사람은 다르다”고 말했다. 급기야 메릴린 스트릭랜드 후보를 두고 “여자분은 아버지가 흑인이”이라며 “마땅히 한국계지만 100% 한국사람처럼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앤디 김 의원에 대해서도 “부인도 아랍 계통이고 애들도 그렇고 한국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라고 말한 뒤 “100% 한국 사람이면 좋겠는데, 저 같이 순종이면 (좋겠다)”면서 아쉽다는 듯 표현하기도 했다.

SBS는 김창준 전 의원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동안 단 한차례의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주영진 앵커는 김 전 의원의 발언을 다 들은 뒤 인터뷰를 끝냈다. SNS를 비롯한 온라인 상에서 비판이 일어난 뒤에야 SBS 홈페이지 및 유튜브 다시보기가 제한됐고, 주 앵커가 방송에서 사과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경향신문]
“혹시 색맹이에요?” “네? 아니에요. 그런데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아직….”

말이 끝나기 전에 바코드 스캐너의 신호음이 들렸다. 마주 서 있던 사내가 바구니에 담긴 상품을 들고 뛰었다. 일이 시작된 것이다. 10월 27일 마켓컬리 서울 송파 물류센터 냉장창고 ‘다스’ 작업장에서 하루짜리 ‘버튼’ 노동자로 일했다. 풀타임 근무 시간은 오후 4시부터 새벽 1시까지. 시급은 최저임금인 8590원으로 일급은 심야 수당을 포함해 8만7623원이다.

일자리 구하기는 쉬웠다. 온라인 구직사이트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마켓컬리 ‘알바’ 공고가 올라왔다. 첫 근무 시 1만원을 더 얹어준다는 업체를 택했다. 마켓컬리 알바 채용은 마켓컬리가 아닌 채용대행업체(파트너사)가 전담한다. 대행업체 담당자에게 희망 근무 날짜와 시간, 이름, 나이, 성별을 적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 출근 확인문자가 왔다. 근무 당일 업체가 지정한 출근 시간(오후 3시 30분)보다 30분 일찍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대행업체 데스크에 가서 처음 왔다고 하자 전자계약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줬다. 계약 체결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모든 항목에 동의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마켓컬리 배송차량/경향DB
마켓컬리 배송차량/경향DB


■쉽게 부리고 자르는 노동

안전교육 이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예’라고 체크했다. 이날 안전교육은 없었다. 현장 투입 전 대행업체 직원이 “최근 지게차에 치이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니 지게차 소리가 들리면 한쪽으로 피하라”고 언급한 게 전부다.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사측이 고지한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 대기한다. 제시간에 꼭 맞춰 왔다가는 일감을 받지 못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출근 지시를 받고 왔더라도 현장에서 잘리기 일쑤다. 사실상 불안정한 ‘선착순’ 채용이다. 마켓컬리가 인력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일까.동행복권파워볼

마켓컬리의 핵심 역량 가운데 하나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측 시스템이다. 고객들의 주문 내역과 시기별 제품 수요, 상품의 가격 변동 추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주문량을 예상하고 재고를 채워넣는다. 당일 주문을 받아 새벽 출고가 가능한 것도 견고한 예측 알고리즘의 힘이다. 예측 실패는 재고 물량 폐기, 회사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회사는 예측과 실수요 사이 격차를 줄이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마켓컬리는 주당 258만건의 데이터 예측을 통해 1% 안팎의 폐기율을 유지한다.

그런데 고도화된 예측 시스템에서 일용직 노동자는 배제된다. 폐기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상품과 달리 인력은 예측에 실패해도 손실이 없다. 인력은 폐기해도 썩지 않고 마켓컬리 일자리를 원하는 노동자는 넘쳐난다. 이 때문에 마켓컬리는 ‘인력 저수지’가 마르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춰 인력 공급 시스템을 운용한다. 채용대행업체를 통해 넉넉히 사람을 모집하고 필요한 만큼만 쓴다. 불필요한 인력은 현장에서 잘라낸다. 졸지에 탈락한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일절 없다. 마켓컬리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는 ‘센터에서 대기하다 잘려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하소연이 매일 올라온다.

노동자 입장에선 부당하다. 하지만 문제 삼지 못한다. 항의했다가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규 노무사(노무법인 한벗)는 “전형적인 사용자 갑질”이라며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이후에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채용 방식은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노무사는 “채용대행업체가 보낸 ‘출근 확인문자’는 채용에 대한 구두 합의나 채용 내정으로 볼 수 있다”며 “사실상 ‘선착순’으로 채용하면서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해고로 볼 수 있고 신뢰이익 배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켓컬리 측은 “일부 채용 파트너사들이 과하게 채용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파트너사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진행하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알바’가 떠받치는 물류 시스템

처음 온 노동자들도 별도의 업무 교육을 받지 않고 현장에 투입된다. 일은 눈치껏 익힌다. ‘알바’가 ‘알바’를 보고 일을 배우는 건데 이 과정에서 감정이 상해 노동자끼리 싸우는 일이 빈번하다. 이 때문에 채용대행업체 담당자들은 업무 투입 전 ‘일터에서 싸우면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차례 강조한다.

신규 노동자들은 주로 다스(Digital Assorting System) 작업 현장에 투입된다. 주문 들어온 상품을 수량만큼 분배하는 작업이다. 다스를 뛰는 노동자는 색 구분이 필수다. 스캔 작업을 하는 ‘스캐너’ 노동자가 빨강·노랑·초록·파랑 바구니에 각각 상품을 분류하면 ‘버튼’ 노동자는 바구니와 같은 색깔 LED 불이 들어온 바구니에 상품을 집어넣는다. 색깔과 수량에 맞춰 상품을 넣은 뒤 LED 버튼을 눌러 불을 끄는 것까지가 업무의 기본 패턴이다.

분류가 끝난 바구니에 END 표시가 뜨면 ‘엔드’들이 바구니를 빼서 ‘포장’에 넘긴다. 스캔 속도는 버튼의 다리보다 빠르다. 쉴 새 없이 뛰어야 스캔 속도를 맞출 수 있다. 버튼은 보통 둘이 하는데, 한명이 더디면 다른 한명이 더 뛰어야 한다. 냉장창고지만 금방 땀이 났다. 패딩 조끼가 땀으로 젖었다.

마켓컬리 일용직 노동자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편의점. 자리가 부족해 편의점 앞 바닥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 반기웅 기자
마켓컬리 일용직 노동자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편의점. 자리가 부족해 편의점 앞 바닥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 반기웅 기자


5시 50분, 저녁 식사시간이 됐다. 음식은 제공되지 않는다. 주로 구내식당이나 주변 편의점에서 자비로 사먹는다. 어디든 노동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자리가 부족하다. 자리를 놓친 사람들은 편의점 밖 길바닥에 앉아 끼니를 때운다. 70분간의 식사시간이 끝나고 다시 작업장으로 복귀했다. 이번에도 버튼을 맡았다. 일이 손에 익어 제법 속도가 났다. 다만 옷을 여러 겹 껴입은 게 화근이 돼 땀이 많이 났다. 마침 갈증이 나서 회사 조끼를 입고 있는 매니저에게 “어디서 물을 마실 수 있느냐” 물었다. 매니저는 “일하면서 물을 마셔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짧은 대화를 하는 틈에도 상품이 쌓였다. 다시 뛰었다. 1시간쯤 지나 관리자로 보이는 매니저에게 “물을 마시고 싶다”고 요청했더니 “곧 쉬는 시간이니 그때 마시면 어떻겠냐”는 답이 돌아왔다.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어 개인 생수를 챙겨올 수는 없었다.

결국 휴식시간이 돼서야 정수기를 찾아나섰다. 일터였던 2층 작업장 인근에는 정수기가 없었다. 일단 냉장창고 밖으로 나가서 대기하며 봐둔 정수기로 갔는데 종이컵이 없었다. 지나가는 매니저에게 “종이컵이 없다”고 얘기했더니 창고로 다시 들어가면 1층 작업장 정수기가 있으니 그리 가보라고 했다. 하지만 1층 정수기에도 종이컵이 없었다. 다시 매니저를 찾아 물었더니 또다시 다른 정수기가 있는 위치를 알려줬다. 세 번째로 찾은 정수기에는 종이컵이 있었다. 물 한잔 마셨을 뿐인데 20분 휴식시간의 절반이 지났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바닥에 앉았다. 다른 동료들도 바닥과 계단에 앉아 쉬었다.

근로계약서에는 “생산작업 중 근로자의 휴식시간 부여 필요 시 판단에 따라 추가 부여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물 마실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휴식시간이 끝난 뒤 다시 버튼이 됐다. 새벽 1시. 업무가 끝났다. 다시 대행업체 데스크를 찾아 퇴근 명부에 확인 서명을 하고 나왔다. 우르르 몰려나온 노동자들은 심야버스와 택시를 타고 흩어졌다. 버스를 타고 복귀해 잠자리에 누웠다. 새벽 3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플랫폼이 만든 야간 노동 시즌2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새벽배송)은 출시 5년 만에 새로운 쇼핑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농장에서 식탁에 이르는 ‘팜 투 테이블’의 소요 시간을 최소화하는 한편 안정적인 콜드 체인(저온유통체계)을 도입해 세상에 없던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창출했다. 마켓컬리가 개척한 시장에 쿠팡과 헬로네이처, 신세계(SSG닷컴), 현대백화점 등이 뛰어들면서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새벽배송의 선두주자인 마켓컬리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 매출액 29억원에 그쳤던 마켓컬리는 지난해 4289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매출 1조원 돌파를 내다보고 있다. 시중에는 마켓컬리의 혁신 비결과 인사이트를 분석한 책과 보고서가 쏟아져 나온다.

반면 마켓컬리를 떠받치고 있는 노동은 좀처럼 조명을 받지 못한다. 새벽배송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그랬듯 물류센터 일용직과 배송기사의 노동이 필수다. 새벽배송 시장이 성장할수록 밤에 일하는 물류 노동자와 야간 택배 기사 등 야간 노동자 수도 늘어난다. 새로운 서비스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야간 노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야간 노동/ 김상민 기자
야간 노동/ 김상민 기자


<과로 사회>의 저자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90년대 대형 유통 자본이 365일·24시간 영업을 통해 밤을 ‘노동의 시간’으로 편입시켰다면 지금은 플랫폼 자본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김 연구위원은 “이전 유통 자본이 만든 야간 노동은 기존 법과 제도로도 어느 정도 규제가 가능했지만 플랫폼의 야간 노동은 새로운 형태여서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벽배송을 위한 야간 노동을 ‘규제 완화와 기술의 발전이 결합해 초래한 이윤추구를 향한 무한경쟁의 부산물’이라고 정의한다. 박 연구위원은 “새벽배송은 이제껏 편리하고 유용한 서비스로만 인식돼 왔지 이면의 부작용은 알려지지 않았다”며 “새벽배송처럼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야간 노동이 정말 필요한 노동인지 사회적 논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 노동을 2급 발암물질(Group 2A)로 규정한다.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도 야간 노동을 ‘유해 요인’으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플랫폼 자본은 야간 노동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마켓컬리는 물류센터 노동은 야간 노동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벽 배송기사의 경우 회사에서도 야간 노동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밤샘 노동을 하지 않는 마켓컬리의 물류센터 노동은 야간 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켓컬리 측은 “오전부터 새벽 1시까지 계속 일하는 게 아니라 오후에 일을 시작하는데다 충분한 수면 시간을 보장한다”며 “노동 강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열악한 노동 환경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야간 노동에 대한 마켓컬리의 인식이 플랫폼 자본의 전형적인 시각이라고 설명한다. 박주영 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몇시에 업무를 시작했든 밤 10시부터 1시까지는 야간 노동에 해당한다”며 “야간 노동자라는 개념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야간 시간대 근무하면 그게 야간 노동”이라고 말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우철훈 기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우철훈 기자


■2급 발암물질 ‘야간 노동’

지난달 소셜미디어에서는 ‘위험한 마켓컬리 작업 현장’의 실태를 고발한 게시글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해당 게시글은 수백건 넘게 공유됐고, ‘마켓컬리 작업장은 위험한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마켓컬리 측은 해당 게시글이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게시글에서 언급한 안전모·안전화 미지급 등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가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수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어서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해명했다.

산업안전 전문가의 견해는 다르다. 강태선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새벽배송이 ‘위험한 노동’을 담보로 돌아가는 물류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강 교수는 “야간 노동의 사고 유발 가능성이 주간 노동보다 높다는 것은 이미 통용되는 상식”이라며 “현행 산안법은 물류 관련 안전보건 규정이 허술하다. 특히 새벽배송과 같은 새로운 산업을 관리 감독할 근거 규정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행법상 위법 사항이 없다고 해서 ‘안전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켓컬리 일용직 노동자 김성배씨(가명·44세·서울 중랑구 면목동)는 4년째 대리운전과 쿠팡 플렉스, 택배 상하차 등 야간 노동을 해왔다. 낮에는 원 직장에서 근무하고 퇴근 후 또 일하는 ‘투잡’이다. 밤낮으로 일하는 날 김씨의 노동 시간은 하루 15시간에 달한다. 김씨는 “택배 상하차는 몸이 버티질 못해 그만뒀고, 쿠팡 플렉스는 단가가 너무 낮아져 마켓컬리로 넘어왔다”며 “힘들지만 애들 키우려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이 만든 일자리에는 김씨와 같은 장시간 야간 노동자들이 몰린다. 장시간 야간 노동이 일상의 확대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야간 노동의 확대는 기업이 강물에 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야간 노동의 폐해는 쿠팡·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사고처럼 즉각 나타나기도 하지만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위험 요소가 축적되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배송시장에 편입되는 단기 알바 노동자는 건강관리를 할 제도적 틀이 없고 건강상태를 추적할 방법이 없다”며 “장시간 야간 노동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경찰, 범죄수익은닉 혐의 수사 중
한국은 징역 5년, 미국은 최대 20년
미국 송환 다시 이뤄지기 어려워
성착취물 양형 기준 강화되지만
“한국 법이 지켜준 범죄자” 비판 면키 어려워

지난 7월 구치소에서 나오는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7월 구치소에서 나오는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세계 최대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다크웹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를 운영했던 손정우(25)가 세 번째 구속 갈림길에 놓였다. 그러나 미국 송환을 피한 뒤 이뤄지는 처벌에 대해 여론은 싸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4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손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손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9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손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웰컴투비디오 사건 이후 3번째 구속이 이뤄지게 된다. 손씨는 2018년 국제공조 수사로 경찰에 첫 체포된 뒤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 생활을 했다. 이후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가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그러나 이번 수사 자체가 손씨의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해 손씨의 부친이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고자 올해 5월 검찰에 아들을 고소하면서 비롯된 점을 고려하면 손씨가 설령 3번째 구속된다고 해서 여론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고소 당시 손씨 부친은 검찰이 과거 손씨를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수사할 때 범죄수익은닉 관련 수사를 하고 기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손씨에 대해 미국 송환이 재차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성착취물 유포 등 주요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국내법이 적용돼 형을 마친 상태다. 범죄수익 자금세탁 혐의만 남아 있었는데, 이 마저도 국내에서 처벌된다면 미국에서 다시 책임을 묻기는 불가능하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처벌 기준이 크게 차이난다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범죄수익 등을 은닉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자금세탁으로 최대 징역 20년에 처해질 수 있다.

국민 법감정과 맞지 않는 손씨에 대한 약한 처벌은 결국 사회적 공분을 자아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9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여러 차례 상습적으로 제작한 경우 최대 징역 29년3개월을 선고할 수 있는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이번 웰컴투비디오 사건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들끓은 여론을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이미 형기를 마친 손씨에게는 소급 적용될 수 없다. 이번에 손씨가 구속된다고 해서, 추후 기소돼 재판이 이뤄져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는다 해도 여론의 질타는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웰컴투비디오에서 적발된 아동 포르노는 용량만 약 8테라바이트(TB), 영상 개수로는 25만개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송환을 피한 손씨가 결국 우리 법의 ‘수혜자’가 되는 것을 막기는 어렵게 됐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코로나19 n차 감염 (GIF) [제작 남궁선]
코로나19 n차 감염 (GIF) [제작 남궁선]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경남에서 6일 저녁부터 7일 오전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7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경남도는 7일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창원 일가족 5명이 확진된 것과 관련해 2차 감염 이상의 n차 감염으로 3명이 추가 확진됐다고 밝혔다.

창원에 거주하는 60대 남성(경남 343번)과 30대 남성(344번), 70대 여성(345번)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창원 일가족 중 50대 아버지(322번) 등과 접촉해 확진된 331번, 335번의 접촉자와 동선 노출자다.

해외 입국자 4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양산시에 사는 40대 여성(346번), 70대 남성(347번), 60대 여성(348번), 40대 남성(349번)이 7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고 마산의료원에 입원했다.

일가족인 이들은 지난 3일 터키에서 입국해 격리 중 증상이 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이들 n차 감염 확진자와 해외입국자들의 접촉자와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

도내 누적 확진자는 346명으로 늘어났다.

299명이 완치 퇴원하고 47명이 입원 중이다.

b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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